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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자 문제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2023-11-06 조회 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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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자 문제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가져온 글 -

 

고문보다도 원시적인 형벌이다

it is “a form of punishment more primitive than torture”

EARL WARREN in 1958

LATE U.S. SUPREME COURT CHIEF JUSTICE

 

1958년 미국 최고법원의 수석재판관 EARL WARREN은 무국적상태가 마치 형벌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에 무국적상태를 비유한 이유는 바로 무국적상태에서 개인은 국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며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국적자는 국적이 없거나, 국적을 증명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출생에서부터 합법적인 교육, 의료, 결혼, 직업의 선택, 심지어는 사망신고까지 인간 삶의 전반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존엄을 박탈당하고 맙니다.

 

1.무국적자 문제

무국적자란 법 집행에 있어 어떠한 국가에 의해서도 국적자로 취급 받지 못하는 자’[ref] 1954년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 [/ref]로서, 국가와 개인간의 법적 구속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입니다. 무국적자는 법적으로 신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수백만의 무국적 아동들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업이 어려우며, 설사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적은 급여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공공의료서비스 이용도 제한받습니다. 투표권, 재산권 등 사회·정치·경제적 참여 또한 불가능합니다. 무국적 가족은 거주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하루하루 체포와 구금, 추방의 공포에 떨며 살아갑니다.

 

무국적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국적 등록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로서의 국적인정의 거부, 국가 승계 등의 공식적인 영토변경시의 국적박탈, 국가간 국적법간의 충돌 등에 따라 하루 아침에도 국적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련의 해체 이후 20년이 넘도록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국적 상태로 남겨져 있었고, 1982년 미얀마 시민법아래 미얀마 내 80만이 넘는 로힝야족이 국적인정을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2013년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헌법재판소가 수만명이 넘는 아이티출신 자손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의 허점과 사각지대에서 바로 무국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나는 투명인간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국적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태어날 때부터 어떠한 국적도 가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국적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나, 무국적자 자녀에게 국적을 제공하지 않는 국적법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무국적의 문제는 부모에서 자녀에게로 계속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2014년 발간한 특별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에서 무국적자가 가장 많은 5개국에서는 10분마다 1명씩 무국적 아동이 태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f]2014UNHCR Special Report “Ending Statelessness Within 10 Years” [/ref]. 무국적 상태는 아동의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평생토록 좌절과 포기, 차별을 느끼며 살게 합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무국적 아동들은 스스로를 투명인간’, ‘존재하지 않는 사람’, ‘이방인’,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2. 무국적자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1948년 세계인권선언

무국적자 문제는 수세기에 걸쳐 진행되어온 오래된 인권문제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19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적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명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에게는 국적에 대한 권리가 있고 어느 누구도 국적을 함부로 박탈당하지 아니하며 국적을 바꿀 권리도 부정당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1951년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협약

무국적의 문제는 1951년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이 만들어지면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난민문제의 범주 내에서 무국적 문제를 함께 다뤘습니다. 실제로도 난민으로 보호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무국적자들이 많았습니다.

 

1954년과 1961년 무국적자 관련 국제협약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무국적자와 난민은 각자 다른 범주이며 원인 또한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에 있어 난민 보호와는 독립적인 접근이 요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54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54년 협약), 1961 무국적자 감소에 관한 협약(이하 61년 협약)이 만들어져, 무국적자 지위를 보장하고 무국적 인구를 감소시키기 위한 국제적 결의를 확대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254년 협약에 유보조항 없이 가입하였으나, 61년 협약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 6 조에 근거하여 해당 조약은 국내 법의 일부로 간주되어 대한민국에서 무국적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됩니다.

 

1974년과 1995UNHCR 무국적 문제 공식위임

1974, UNHCR1961 무국적자 감소에 관한 협약이 따른 무국적자를 지원할 것을 공식임무로 지정받았고, 더 나아가 1995년 유엔총회는 UNHCR에 무국적상황을 방지하고 감소시키며 무국적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위임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무국적 보호와 관련해서 유엔차원의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많은 나라들이 무국적자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2011년 제네바 장관회의에서는 60개국 이상이 무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기준으로 54년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82개국 61년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60개국이 되었습니다.

 

최근의 여러 국가들의 노력들

이러한 국제적 노력아래, 최근 들어 여러 국가들이 무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2008년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에서 국적이 없는 30만여명의 무하지르족(Urdu-Speakers)의 시민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고. 베트남에서는 캄보디아 무국적 난민문제 해결은 물론 외국인 남편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무국적자가 된 수천명 여성들이 국적을 재취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9년 이래로 60만명이 넘는 소련 국적자들이 키르키즈스탄의 국적을 취득했고, 15만명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적자가 되었습니다. 코트디부야르에서는 2013년 국적취득절차를 간소화하는 법개정을 통해 70만여명의 무국적자가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3. 2014UNHCR의 무국적자 보호를 위한 목표와 행동지침

 

무국적자 보호와 관련해서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2014년에 유엔난민기구가 야심차게 내놓은 #나는 소속되어있다(#IBELONG)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유엔난민기구는 2024년까지 10년 안에 무국적 사태 종결(Ending Statelessness Within 10 Years)을 목표로, 구체적인 행동지침(Global Action Plan to End Statelessness)까지 내놓았습니다. 이 캠페인은 지금까지 유엔난민기구가 기존의 무국적자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무국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어떤 국제기구와 정부에서도 무국적자의 구체적 인구통계를 내고 있지 못하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하였습니다.

 

이 캠페인의 목표는 (1) 기존에 발생하고 있던 무국적의 문제를 해결하고, (2) 새로운 형태의 무국적 문제를 방지하며, (3) 제대로 추산되지 않고 있는 무국적 인구를 보다 잘 파악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 캠페인은 위의 세가지 목표달성을 위해 민간단체,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무국적자 결사체 모두의 힘을 모으는 데 방점을 두고, 아래와 같은 10가지 행동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중 5가지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