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닌 한국 아이들
본문
출처 - 하단 마지막. 공유합니다.
한국인 아닌 한국 아이들
강원도 동해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외국인들이 한 달에 수천 명씩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인력사무소들이 모여있는 강릉의 구도심입니다.
새벽부터 일감을 찾고 있는 젊은 노동자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건설 현장 노동자
“지금 (건설 현장에서) 형틀이나 철근 같은 경우는 거의 90% 이상이라고 봐야죠. 한국인들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생산 가능 인구가 워낙 규모 자체가 줄다 보니까 그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가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라는….”
그렇다면 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달리아(가명)/ 우즈베키스탄 이주배경 청소년
“눈 떠보니깐 여기서 자랐고 그냥 평범하게 자라왔는데 딱 정의는 불법체류자다.”
마리나(가명)/ 몽골 이주배경 청소년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평범한 중학교 진학도 이렇게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되는구나.”
부모가 합법적인 체류자가 아니란 이유로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권조차 빼앗긴 아이들.
이애란/ 희망의 친구들 사무처장
“우리가 인정하지 않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아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없다 이렇게 사실 외면했다고 봅니다."
저출산 시대,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청소년… 그들의 이야깁니다.
■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무국적·미등록 이주 아동
무국적·미등록 이주 아동 수호와 태국인 엄마 .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수호입니다.
태국인 수호 엄마 아빠는 법적인 체류 기간이 지난 상태로 일 년 전 한국에서 수호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대사관에서 여권 연장을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수호 엄마/ 태국인 (가명)
“아이가 출생 2개월쯤 되었을 때 아이를 데리고 (주한) 태국 대사관에 갔고 (출생신고를) 문의했죠. 그랬더니 아빠랑 엄마 둘 다 여권 만료가 됐으니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수호 엄마, 아빠는 한국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불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아이의 출생신고는 출신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한국에서는 출생등록 관련 법 체계의 근거가 가족관계등록법에 있어요. 가족관계등록법이 국민을 대상으로 제정된 법이다.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출생신고의 대상에서 (외국인은) 제외돼 있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무국적·미등록’ 아동이 된 수호….
이미 삶의 터전이 된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엄마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괴롭다고 합니다.
수호 엄마/ 태국인 (가명)
“아이가 열이 너무 올라서 젖은 수건으로 열 내리고 가지고 있던 해열제 약 먹이고 그랬는데, 그래도 열이 내리지 않아서 걱정되고 그랬었죠. 열이 많이 나면 경련을 일으켜서 겁나거든요.”
박혜경/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 조사관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이런 것들에 가입되지 않겠죠. 감기에 한 번 걸려도 병원에 가면 10만 원씩 이렇게 내야 하니깐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아이들 일상 생활이 어려운….”
■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
한국에서 태어난 진우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다.
본국에 출생신고가 된 아이들의 사정은 다를까.
10년 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온 진우 엄마와 아빠.
불법 체류 신분이지만 이곳에서 진우를 낳고 본국에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진우의 외국인 등록번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아이. 진우는 하루 종일 아빠가 근무하는 공장 안 컨테이너 숙소에서 지냅니다.
진우 엄마/ 태국인 (가명)
“교회에 나와야 그나마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아이의 교육 또한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공장에서 지내면서는 아이를 잘 교육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가 이제 조금씩 교육도 받고 배워야 할 시기가 되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자치단체들이 외국 국적 영유아들의 보육료를 지원하지만,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는 아동은 제외돼 있습니다.
미등록 아이들은 학교 갈 나이가 되면 더 큰 벽에 부딪힙니다.
김설이/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총무지원부장
“부모님과 아이의 신분을 증빙할 수 있는 여권과 그다음에 거주지를 증빙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서라든지 일련의 서류들을 제출해야만 입학이 가능합니다.”
학교가 입학과 전학을 거절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전학을 가게 될 때나 새롭게 입학하게 될 때도 다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서 결정이 되어 있게 되어서 입학이나 전학을 거절했을 때 여기에 대해서 따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는 상황입니다.”
<스튜디오 1>
■ 미등록 이주 아동·청소년 2만 명 추산… 공식적인 자료 없어
남현종/ 9층시사국 MC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아니면 아주 어렸을 때 한국에 와서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문제는 부모의 신분 때문에 지금 제대로 된 교육이나 치료를 받을 권리조차 못 누리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런 아이들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 겁니까?
김보람/ 취재기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하 불법 체류 외국인은 5,078명입니다. 하지만 이건 한국에 들어왔다가 법적인 체류 기간이 지난 미성년자의 숫자고요.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출생 신고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인데요. 이주인권단체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까지 포함하면 미등록 이주 아동 청소년은 2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료나 통계는 없습니다.
■ 출생통보제에도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제외
남현종/ 9층시사국 MC
얼마 전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했더니 상당수 사망한 사례가 있어 충격을 줬었잖아요. 그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의료기관에서 아이들이 퇴원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게끔 하는 출생통보제를 시행하기로 했고요. 만약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이주 아동들의 경우에도 상황이 나아지는 건가요?
김보람/ 취재기자
아니요. 안타깝게도 출생통보에서조차 불법 체류 외국인의 아동은 제외됩니다. 왜 그런지 들어보시죠.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
출생통보가 가능한 경우가 모(엄마)에게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 등록번호나 의료급여관리번호 이 번호가 있어야지 통보대상이 되거든요. 이 번호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의 상당수는 출생통보의 대상에서 누락이 되는 거고 사실 이거는 출생통보제의 제도를 몰각시키는 거나 다름없어요.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김보람/